브레인 기반 강의스킬 (1)_장기기억으로 가는 길

이수민 연구소장/대표 (SM&J PARTNERS)

강의를 주 업무로 시작한지 10년이 다 되어 가고 있는 지금, 강의를 시작한 초보 시절을 떠올려 보면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그 때의 나를 가장 잘 설명해주는 것 같다. 초보 강사시절 나는 회사 전임강사 신분으로 강의 콘텐츠에 대한 이해도, 강의 스킬도 부족하였지만 열정 하나로 강의를 하였다. 시간이 흘러 강의한 횟수가 늘어남에 따라 어떻게 해야 메시지 전달의 효과를 높일 수 있는지 경험적으로 알게 되었다. 메시지 전달 효과를 높이는 기법을 강의에서는 ‘강의 스킬’이라고 한다. 강의 스킬에서 사용하는 여러 스킬들, Eye contact, Gesture, Visual Hands, Opening/Closing, Rapport, 복장, 시각화 등은 궁극적으로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데 목적이 있다.

시간이 좀 더 흘러 강의 경험이 꽤 쌓인 후에는 강의 스킬에 대해서는 ‘안다’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완성되지 않은 경험적 지식이 그렇듯, 나 역시 누군가 이런 스킬이 왜 필요한지 물을 때 그 근본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약한 지반 위에 높은 집을 올릴 수 없듯이 더 높은 단계로 지식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튼튼한 기반이 되는 프레임이 필요하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이 때 뇌과학 중의 ‘브레인 작동원리’를 접하게 되었고, 나는 그제서야 강의 스킬에 대해서 ‘아는 것’이 아니고 ‘모르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브레인이라는 프레임을 얻게 된 것이다. 그럼 브레인 관점에서 강의 스킬이 왜 필요한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강사란 어떤 사람인가?, 강사에 대해 정의를 한다면 어떤 사람으로 설명하겠는가? ‘전달하는 사람’, ‘가르치는 사람’ 등 각자만의 다양한 정의가 있겠지만, 뇌과학에 기반했을 때 강사란 ‘교육생들의 변화를 위해 그들의 장기 기억 형성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자 한다. 이 정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인간의 인지프로세스(Human Cognitive Process)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인지프로세스란 외부 자극(Stimulus)에 대해 행동으로 반응(Response)을 할 때 우리 뇌가 어떤 작업을 수행하는지를 보여주는 프로세스를 말한다. 우리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수많은 자극을 감각기억(short-term sensory store) 형태로 받아들이지만, 인지적으로 처리하는 것은 그 중에서 지각(perception)된 일부이다. ‘인지적으로 처리’한다는 것은 작업기억(working memory)을 작동시켜 반응을 ‘선택’(response select)하고 ‘행동으로 실행’(response execute)하는 것을 말한다. 즉, 행동이라는 반응은 외부 자극을 어떻게 지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렇다면 지각에 영향을 주는 것은 무엇일까? 예를 들어, 길을 걷다 개를 보면 좋아하는(반응1) 사람도 있고, 무서워하는(반응2) 사람도 있다. 개를 본다는 자극은 똑같은데 왜 행동(반응)이 1과 2로 다를까? 그것은 개에 대해 지각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다를까? 보통은 이런 대답을 한다. “과거에 경험한 것이 다르니까요. 개에게 물렸거나 혼이 난 사람은 개를 무서워하겠죠. 아님 부모님에게 길거리의 개에게 다가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배웠던지요” 그렇다. 경험이 다르고 아는 것(지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경험과 지식이 우리 뇌에는 어떤 형태로 저장되어 있을까? 바로 “기억”이다.

정확히 말하면 여기서의 기억은 ‘장기기억’을 말한다. 지각에 영향을 주는 기억에 ‘장기’라는 말을 사용했다는 것에 주목하기 바란다. 단기기억도 중요하긴 하지만 그 자체로는 지각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교육생의 입장에서 보면 강사의 말을 듣고 생각만 한 기억이 단기기억인 셈이다. 이런 단기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거의 대부분 소멸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심리학자 에빙하우스에 따르면 학습 후 한 시간 뒤에는 50%, 하루 뒤에는 70%, 한 달 뒤에는 80%를 망각하게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런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그 중 하나는 반복(rehearsal)이다. 반복은 장기기억(대뇌피질)으로 가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학창시절 영어단어를 외우기 위해서 어떻게 하였는가? 단어를 읽던 쓰던, 반복하지 않았는가? 이 반복이라는 방법을 강의 스킬에 적용하면, 강사는 중요한 내용에 대해서는 ‘다시 말해서~, 앞에서 이야기한 것을 정리하면~’ 등과 같은 말을 사용하여 기억을 강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교육생들에게 강사의 말이나 교재의 내용을 여러 번 되뇌게 하는 것도 반복에 도움이 되는 강의 스킬이다.

반복하지 않고 장기기억으로 가는 다른 방법이 있다. 그것은 ‘감정’을 활용하는 것이다. 개의 사례를 다시 예로 들면, 어릴 때 개에게 물렸던 경험이 한 번뿐이라도 지금까지 기억할 확률이 높다. 왜냐하면 이러한 기억은 ‘감정’과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기쁨, 슬픔, 불안, 공포 등의 감정과 연결된 기억은 반복하지 않더라도 우리 뇌의 대뇌피질이라는, 기억이 저장되는 창고로 곧장 올라가기 때문이다. 뇌과학에 의하면 우리 뇌에는 해마(hippocampus)에서 시작되는 파페츠 회로라는 기억의 회로가 있다. 여기에서 외부의 정보가 장기기억으로 형성된다고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이 기억의 회로인 파페츠 회로가 감정의 회로이기도 하다. 파페츠 회로의 시작 지점인 해마와 감정을 담당한다고 알려진 편도체(amygdala)는 뇌구조상으로도 밀접하게 붙어있다. 이는 감정에 물든 기억은 오래 유지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를 강의에 활용한다면 교육생들에게 감정적 경험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스토리텔링이라는 강의 스킬이 효과적인 이유다. 스토리는 듣는 사람을 쉽게 몰입 시키고 감정적인 상태로 변환시키기 때문이다. 또한 정말 교육생들이 기억해야 할 내용이라면 불안이나 공포 같은 충격요법을 사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억차원에서는 공포가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에 금연광고 등 광고에서 자주 사용한다. 강사의 역할은 강의 메시지가 교육생들의 머리에 일시적으로만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장기기억으로 갈 때 진정한 효과가 있다는 측면에서, ‘반복’과 ‘감정’이란 키워드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제 이 칼럼을 읽으시는 분들이 꼭 장기기억 했으면 좋겠다는 것을 반복하고자 한다. 강사란 누구인가? ‘교육생들의 변화를 위해 그들의 장기 기억 형성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다. 이제 두 번 반복했다. 아님 이 글을 두 번 읽는 것도 방법이 아닐까? Eye contact, 강의 동선 등 대부분의 강의 스킬은 결국은 강사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교육생들이 좀 더 쉽게 장기기억 할 수 있게 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이 이야기들도 앞으로 하나씩 반복적(?)으로 다루어보고자 한다. ‘존재는 기억 그 자체’라고 한다. 참 공감이 가는 말이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내가 없으면 그 사람에게 있어 나라는 존재는 없는 것. 오늘 이 글을 통해 누군가의 기억 속에 잠시나마 존재할 수 있길 바라며.


참고문헌
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2014), 유니버설 랭귀지, 엑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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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민 연구소장/대표 (SM&J PARTNERS)
저서)강사의 탄생:뇌과학을 활용한 효과적인 강의법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EMBA)
전) 현대자동차그룹 인재개발원 HRD교수실
전) 현대자동차 연구개발교육팀/교육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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