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공학(HPT)과 조직개발(OD)

백수진 박사/ 수석연구위원 (SM&J PARTNERS)

수행공학은 20여 년 전 새롭게 대두된 HRD 분야의 이론이며 Tool 이다. 많은 학자들이 이론정립과 적용사례에 대해 연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HPT는 HRD의 개념, 방법론과의 유사점, 차이점에 대해서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 그러므로 HRD 분야에 있어 HPT의 포지셔닝(Positioning)에 대해 논의해 보고자 한다.

McLagan(1989)은 HR Wheel 모델을 제시하며, HRD 영역을 개인개발(ID; Individual Development), 경력개발(CD; Career Development), 조직개발(OD; Organizational Development)의 3가지 개념으로 구분하였다. 개인개발은 개인의 역량 향상을 목적으로 하고, 경력개발은 조직의 목적에 부합하는 개인의 경력계획 수립 및 경력경로 개발을 목적으로 하며, 조직개발은 조직의 효과성과 구성원의 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한다. 수행공학은 HPT(Human Performance Technology)를 약어로 사용하며, 인간과 조직의 수행과 성과 향상을 목적으로 하므로 3가지 HRD 활동 중에서 조직개발과 유사한 측면이 많다. 수행공학과 조직개발(OD)에 대해 개념, 목적, 방법론 차원에서 비교하고자 한다.

수행공학과 조직개발은 기초학문이 아닌 실제 세계의 문제를 다루고 적용하도록 구조화된 응용학문이라는 점에서 유사하다. 이론과 실제 적용이 융합된 분야로서, 조직 내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론을 가지고 있다. 수행공학은 행동주의 심리학 이론을 기반으로, 시스템 이론, 교수설계이론 등이 접목되어 방법론이 개발되었다. ‘인간과 조직의 수행과 성과를 개선하기 위해 문제를 해결하는 체제적이고 체계적인 과정’으로 정의된다. 반면, 조직개발은 행동과학이론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심리학, 경제학, 사회학, 성인교육학 등 다양한 이론을 기반으로 출발하였으며, 이 중 가장 두드러진 이론은 ‘변화이론’이다. 변화이론을 근간으로 한 조직개발의 가장 큰 목적은 당연히 조직 내에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며, 계획된 변화를 통해 조직의 효과성과 구성원의 웰빙이라는 2가지 상호보완적인 목표를 달성한다. 바로 이 점, 조직의 성과 개선과 성과 향상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수행공학과 조직개발은 맥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방법론에 있어서 수행공학은 문제해결 접근법을 취한다. 수행분석과 원인분석, 해결안 도출, 실행, 변화관리, 평가의 일련의 프로세스를 따른다. 조직개발 또한 문제해결 프로세스를 따르는데, 조직개발의 발달을 이끈 독특한 방법론으로 Action Research가 있다. 리더, 조직구성원, OD실무자가 상호협력을 통해 문제/기회를 파악하고 해결하기 위한 협력적이고 반복적인 진단과 실천의 참여적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구체적인 방법론만 다를 뿐 문제해결이라는 큰 틀에서 수행공학과 조직개발 모두 공통적인 프레임워크를 가지고 있다. 다만, 수행공학은 문제해결 프로세스 중 실행 후 ‘변화관리’의 단계를 추가하여, 실제적인 조직개발 접근을 차용하고 있다. 또한 조직개발은 조직의 학습을 장려하며, 궁극적으로 조직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조직문화관리를 지향한다. 수행공학은 학습과 조직문화에 대해 특별히 다루지 않고 있는데, 이것이 조직개발과 다른 점이며, 이러한 측면에서 조직개발이 더 포괄적인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수행공학과 조직개발의 가장 큰 차이점은 주체가 누구냐에 있다. 수행공학은 HRD가 주도하는 문제해결을 통한 성과 개선인 반면, 조직개발은 최고경영층이 주도하는 성과 개선 Tool이다. 조직 내 파급력과 효과성 측면에서 최고경영층이 주도하는 조직개발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지만, 많은 조직개발이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Top-down의 접근이 항상 효과적이라고 할 수 없다. 오히려 개인단위의 미시적 수준에서 실천이 가능한 작은 intervention을 통해 실제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수행공학은 수행과 성과 개선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유용한 측면이 있다. 조직개발이 가진 장점을 흡수하되, 조직개발의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론을 개발하여 접목한다면, HRD 담당자에게 새로운 역할과 비전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백수진 수석연구위원 (SM&J PARTNERS)
중앙대학교 인적자원개발학 박사
전) 중앙대학교 글로벌인적자원개발대학원 외래교수
전) 현대인재개발원, LG패션, 크레듀 수석컨설턴트
sjbaik@smnjpartner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