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강의의 조건 _ 마음이론

이수민 연구소장/대표 (SM&J PARTNERS)

“사내강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역량이 필요한가요?”
직무사내강사과정을 담당하는 교육담당자들에게 많이 듣는 질문이다. 직무 컨텐츠를 강의하는 강사이니 당연히 자신의 강의분야에 대한 내용전문성은 갖춰야 할 터이고, 이외에 무엇이 더 필요할까? 교안작성 역량? 내용전달역량? 퍼실리테이션 역량?

물론 이런 것들을 잘 갖추면 강의에 도움이 되겠지만, 내가 강조하고 싶은 역량은 ‘마음이론(theory of mind)’이다.

개인적/전문적 성장이라는 내재적 동기에 크게 영향을 받는 성인 교육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는 교육생의 성장에 필요로 하는 요구(Needs)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데에서 시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생들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원하는지, 즉 그들의 지식수준과 요구를 정확히 추론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이 “다른 사람의 지식과 선호도를 예측하고 다른 사람의 행동을 추론할 수 있는 능력을 ‘마음이론’ 이라고 한다.”(이대열, 2017).  교육생들과의 상호 교감과 상호작용(interaction) 없이 좋은 강의가 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을 고려하면 좋은 강사에게 마음이론은 필수적이라 할 것이다.

마음이론에 대한 고전적인 예로 활용되는 것이 샐리-앤 테스트(Sally-Ann test)이다.

샐리와 앤이란 두 여자 어린이가 한 방에 함께 있다가 샐리가 바구니에 인형을 넣어두고 방을 나갔다. 그 뒤 앤은 바구니에서 인형을 꺼내 바로 옆의 상자에 그 인형을 넣어 둔 뒤 방을 나갔다. 잠시 후 방에 들어온 샐리는 인형을 찾기 위해 어떤 곳을 가장 먼저 뒤져볼까?

물론 답은 바구니이다. 4세 이상이라면 쉽게 맞출 수 있는 문제이지만 이 문제는 마음이론의 핵심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이 글을 읽는 ‘나’는 비록 상자 속에 인형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답을 바구니라고 말하기 위해서는 ‘나의 관점’이 아니라 ‘샐리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아닌 ‘상대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에서 마음이론은 시작된다.

이러한 마음이론이 가능하려면 ‘동일시(identification)’에서 벗어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동일시란 타인을 자기와 동일하게 보는 것을 말한다. 좋은 강사는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 딱 들어맞는 고사성어가 ‘역지사지(易地思之)’이다. 일단 자기 자신을 교육생들과 분리한 후, 역지사지 관점으로 바라볼 때만이 교육생들이 알고 싶어하고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성인들의 동기를 자극하여 강의에 몰입시키기 위한 필요 충분조건, 즉 좋은 강사가 반드시 갖춰야 할 역량이기도 하다.


[참고문헌]

이대열.(2017). 지능의 탄생. 바다출판사.
김주환.(2011). 회복탄력성:시련을 행복으로 바꾸는 유쾌한 비밀. 위즈덤하우스.

이수민 연구소장/대표 (SM&J PARTNERS)
저서) 강사의 탄생: 뇌과학을 활용한 효과적인 강의법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EMBA)
전) 현대자동차그룹 인재개발원 HRD교수실
전) 현대자동차 연구개발교육팀/교육기획팀
sumin@smnjpartner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