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는 Learning이다.

백수진 수석연구위원 (SM&J PARTNERS)

일과 학습의 관계는 어떻게 정립하는 것이 좋을까? 일과 학습은 별개의 분리된 개념인지, 혹은 포개지는 개념인지, 포개져 있다면 얼마나 포개져 있을지? 각각의 정의를 먼저 살펴보면, 일(Work)은 “무엇인가를 성취하거나 생산하기 위해 수행하는 육체적, 정신적 활동“으로 정의된다. J. W. Gilley는 Principles of Human Resources Development에서 학습(Learning)“연구 또는 경험으로 얻는 지식, 또는 지식, 기술, 역량, 태도를 획득하는 것으로 경험을 통한 행동변화” 로 정의하였다. Merriam-Webster의 사전적인 정의를 살펴보면, 학습은 “무엇인가를 연구하거나 연습하거나 가르침을 받거나 경험함으로써 지식이나 기술을 얻는 활동이나 프로세스“로 정의된다.

일반적으로 일과 학습의 관계는 분리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일 따로, 학습 따로의 개념이기 때문이다. 일과 학습은 분리되지 않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여전히 학습을 강사나 고수에게 새로운 지식이나 기술을 전수받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은 일을 하다가 교육명령을 받고 업무와 분리된 장소에서 2일 또는 3일간 교육 받는 것을 학습으로 여긴다. 그리고 다시 업무에 복귀하지만, 연수원에서 배운 것은 연수원을 떠나며 잊은 지 오래인 경우가 많다. 배운 것을 현업에 적용하려고 하지만, 실제 배운 내용은 괴리가 커서 쉽게 공감하기도 어렵고, 행동하기도 쉽지 않다.

용어를 새롭게 살펴봄으로써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고자 한다. 學習의 순 우리말인 ‘배움’을 잘 살펴보면, ‘배움’이란 말은 일방적인 지식 학습 외에 다양하고 폭넓게 사용된다. 학식이나 인품이 뛰어난 사람, 또는 존경하는 상사를 통해, ‘난 저 분한테 일하는 방법을 배웠어.’ 라고 말하기도 하고, 어려운 일을 끝내고 ‘이번 일은 어려웠지만, 일하면서 많이 배웠어.’ 라고 자평하기도 한다. 공식적인 학교, 학원, 기관에서 배우는 지식 외에, 삶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건과 경험, 타인을 통해 배우는 것까지 우리는 ‘배움’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있다. 가르침을 받는 것 외에 자신의 경험이나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삶의 지혜를 ‘배우는’ 것이다. 그러한 배움은 삶의 치열한 현장에서 자기 고민과 성찰을 통해 깨닫는 과정으로, 쉽게 잊혀지지 않는 것들이다. 유명한 강사의 일방적인 강의를 듣거나, 두꺼운 책을 암기하며 얻은 지식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배움’이란 말이 이렇게 다양한 학습의 과정과 형태를 지칭하며, 개인의 성장과 발전을 대표하는 심오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음에도, ‘학습’으로 표현될 때는 의미가 축소된다. 의도적으로 학습을 ‘형식적 학습’과 ‘무형식 학습’으로 분류하는 것은 학습의 진정한 의미를 훼손하는 것이다. ‘학습’ 자체에 무형식 학습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일을 하면서 우리는 무수한 학습의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궁금한 것, 확신이 안 서는 것,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 의사결정이 필요한 것 등이 발생할 때 마다 동료, 선배, 상사에게 의견을 구하기도 하고, 가까운 지인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검색엔진으로 찾기도 하고 타사의 친구에게 묻기도 한다. 업무현장의 고민에 대해 다양한 형태의 학습과정을 통해 해결안을 찾는 것이다.

성과는 일과 학습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통해 달성된다. 학습을 통해 일하고, 일을 통해 학습하는 통합된 프로세스이다. 다시 말해 일과 학습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함께 발생하는 것이다. 학습한 것을 현업에 적용하려는 학습전이(learning transfer)라는 별도의 노력, 자원, 시간이 필요 없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일하면서 학습하고, 학습한 것을 일에 접목하면서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하는 것이다. 즉, 일은 곧 학습이다. Work is learning.

백수진 수석연구위원 (SM&J PARTNERS)
중앙대학교 인적자원개발학과 박사
전) 현대인재개발원,LG패션,크레듀 수석컨설턴트
sjbaik@smnjpartner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