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 크래프팅과 일의 의미

백수진 수석연구위원 (SM&J PARTNERS)

잡 크래프팅(Job Crafting)은 예일대 심리학과 Amy Wrzesniewski 교수가 2001년 용어와 개념을 최초로 만들어 논문으로 발표했고, 그 후 여러 학자가 이론과 개념 연구에 동참하여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직무(job)를 만들어간다는 것(crafting)은 매우 매력적인 개념이며, 주도적인 업무행동으로서 개인과 조직 모두에게 유익하고 의미가 있다. 보통의 직무설계는 상사가 해당 직무에 필요한 요건을 사전에 정하는 Top-down 방식이라면, 잡 크래프팅은 구성원이 스스로 직무의 경계를 정하고 변경하는 Bottom-up 방식이다. 자신의 재량권으로 자신의 니즈, 선호도에 맞게 직무를 변화시켜 개인과 직무의 적합도를 향상시키고 직무만족도와 개인의 웰빙을 높이는 개인관점에서 출발하지만, 조직의 효과성에도 기여한다.

직무의 경계를 변화시키는 잡 크래프팅의 방법은 직무의 의미, 과업, 관계를 자신의 니즈와 선호도에 맞게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며, 의미 만들기(Meaning crafting), 과업 만들기(Task crafting), 관계 만들기(Relation crafting)의 3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먼저 ‘의미 만들기’를 살펴보면, 구성원은 자신의 일에 대한 의미와 정체성을 변화시키는 과정을 통해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를 가지게 된다. 정신분석학자인 Victor Frankle은 그의 저서 ‘죽음의 수용소에서’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동기는 ‘의미’를 찾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의미’는 삶 전체를 관통하는 동기이자, 업무생활에서도 중요한 동기요소이다. 자신이 일에 대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그 일을 대하는 자세와 행동이 달라진다. 극단적으로는 무기력증에 빠져 다람쥐 쳇바퀴 같은 공허함에 허덕일 수도 있으며, 또는 하루를 마무리하며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에 에너지를 투자한 뿌듯함을 느낄 수도 있다. ‘내 일의 의미 찾기’는 다른 사람이 대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치열하게 고민하고 답을 구하되, 자기합리화에 빠져선 안된다. 그 일을 할 수 있어서 고맙고, 그 일에 투자한 시간이 보람되다는 느낌이 있어야 한다.

의미 만들기의 예를 들어 보겠다. 많은 사람들이 일을 통한 ‘성공’에 의미를 둔다. 부와 명예, 출세를 목표로 삼고 매진한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는 자신 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 세계적인 주차빌딩 건축설계회사인 TimHaahs의 대표, 하형록 회장은 일의 의미를 ‘성공’에서 ‘사람’으로 바꾼 경우이다. 그는 현재 오바마 정부 건축자문위원이기도 한데, 13세에 미국으로 이민하여 소수민족으로서 미국사회에서 성공한 케이스이다. 펜실베니아 주립대 건축공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워커사(주차빌딩 건축설계회사)에 입사하여 29세에 부사장으로 승진했으니, 우리의 기준으로는 명예, 출세, 부를 가진 성공한 인물인 셈이다. 그러나 2번의 심장이식수술이 삶과 일의 의미를 바꾸게 되는 계기가 된다. 더 이상 자신의 성공이 아닌 ‘사람’을 위해 삶을 살기로 하고, TimHaahs를 설립한다. 그리고 “사람 중심의 설계 (people first)”, “사람 중심의 경영”을 모토로 한다. 2009년 글로벌 경영위기에 전세계의 모든 기업이 인원감축의 구조조정을 할 때, 사람에 대한 가치를 실천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다. 사내 1층에 어린이 집을 운영하여 워킹맘이 언제라도 아이를 볼 수 있게 한다.

​이런 것들이 경영자이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조직의 말단사원이라도 내 일의 의미는 찾기 나름이다. 오늘도 하루를 시간 때우기로 보내거나 일이 안 풀리는 이유를 상사 탓으로 돌리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 잡 크래프팅이다. 내 일의 진정한 의미를 찾고 하루를 뿌듯하게 보내는 것이 잡 크래프팅의 첫 단추를 채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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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진 수석연구위원 (SM&J PARTNERS)
중앙대학교 인적자원개발학과 박사
전) 중앙대학교 글로벌인적자원개발대학원 외래교수
전) 현대인재개발원, LG패션, 크레듀 수석컨설턴트
sjbaik@smnjpartner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