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량모델링이 성과개선의 만병통치약인가?

백수진 박사/ 수석연구위원 (SM&J PARTNERS)

HRD 담당자의 직무는 무엇일까? 니즈에 맞는 교육과정을 기획하는 것인가? 교육과정을 설계, 개발하는 것인가?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인가? 교육체계를 수립하는 것인가? 직무분석을 통해 직무기술서를 도출하는 것인가? 역량모델링을 구축하는 것인가?

상기의 활동들은 모두 HRD 담당자의 직무활동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직무활동을 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일까? 조직 구성원들이 자신의 일을 더 잘 수행하고, 성과를 개선하거나 향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것이 HRD 담당자의 역할이고, 그러한 의미에서 Performance Consultant로서의 역할이 대두되는 이유이다.

위의 활동들은 Performance Consultant로서 구성원의 성과 개선과 향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나 방법이다. 최종적인 목적은 성과 개선인데, HRD 담당자는 수단과 목적을 혼돈해서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교육체계를 수립할 때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역량모델링이다. 역량모델링 이후 교육과정을 기획하고 설계한다. 그런데 간혹 역량모델링을 전부라고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

HRD의 본래 목적인 구성원들의 직무수행 향상이나 성과 개선의 측면을 생각해보면, 역량모델링은 성과를 개선하는 여러 가지 intervention 들 중의 하나일 뿐이다. 역량모델링은 어떤 계층에게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 체계적으로 접근하여 일목요연하게 합리적인 Big Picture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강점이 있다. 그러나 역량모델링이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유일한 intervention은 아니다. 역량모델링은 우수한 직무수행자의 특성을 도출한 결과이므로 개인 수준, 특히 개인의 역량 개발이라는 측면만 다루고 있다. 그러나 성과가 나지 않는 원인은 개인의 역량 부족만이 이유가 아니라, 프로세스나 조직적 측면도 있다. 통합적이고 다각적인 수준에서 분석할 필요가 있으며, 이것이 Performance Consultant로서 가져야 할 시각이다. 그런데 역량모델링이 모든 HRD 직무활동에서 성과개선의 만병통치약처럼 활용되는 경향이 있어, 이러한 현상에 대해 성찰하고 반성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역량모델링 활용의 측면에서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 그나마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어렵게 만든 역량모델링을 활용할 때, HRD 담당자들은 개인의 부족한 역량 향상의 방법으로 대부분 교육과정을 기획하거나 개발하는 것만을 주로 한다. 역량은 교육 외에도 다른 방법으로 개발되거나 향상될 수 있다. 프로젝트팀에 합류할 수도 있으며, 비즈니스 코칭으로 부족한 부분을 콕 찝어 가이드할 수도 있다.

 ‘얼마나 교육과정을 잘 설계할 것인가’가 아니라, ‘얼마나 성과개선을 위해 교육과정을 포함한 다양한 intervention을 잘 설계하여 성과에 기여할 것인가’로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이것이 HRD 담당자가 성과를 견인하고 개선하는 Performance Consultant 로서 나아갈 방향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성과 개선을 위해서는 어떤 성과가 부족하고, 문제가 무엇인지 분석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명확한 출발점 없는 시작은 방향성을 제공하지 못한다.
둘째, 교육을 모든 사람들에게 일괄적으로 제공하는 단순 복리후생 개념에서 벗어나, 모든 사람이 아닌 해당 성과에 관련된 분명한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출발해야 한다.
셋째, 교육적 해결안만이 최선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난다. 비즈니스 코칭, 직무전환 등 다양한 intervention을 통합적이고 병렬적으로 제공하도록 고민해야 한다.
넷째, intervention을 제공하는 것에서 머무르지 않고, 프로세스를 책임감 있게 추진하고 모니터링 해야 한다. 프로세스가 결과를 낳고, 이것이 곧 성과이다.

역량모델링은 Performance Consulting의 일부분일 뿐 전부가 아니며, 또한 시작일 뿐 결과물이 아니다.

백수진 수석연구위원 (SM&J PARTNERS)
중앙대학교 인적자원개발학과 박사
현)중앙대학교 글로벌인적자원개발대학원 외래교수
전)현대인재개발원, LG패션, 크레듀 수석컨설턴트
sjbaik@smnjpartners.com